한국에서 보라카이로 오는 조카의 친구들. 서울에서 마닐라, 마닐라에서 클락. 그 클락은 다름 아닌, 우리 손자와 손녀가 사는 빰빵가 산페르난도와 가까운 곳이다.
그리고 우리 손녀는 딸기를 무척 좋아한다. 하지만 필리핀의 딸기는, 바기오산이라도 맛이 없다. 그래서 나는 부탁했다. 한국 딸기 한 박스만, 꼭 가져와달라고.
그 대신, 나는 그들의 가이드가 되었다. 나는 보라카이에서 새벽 비행기로 마닐라로 향했고, 마닐라 제2공항에 도착한 뒤 셔틀버스를 타고 아시아나 항공이 도착하는 제1공항으로 갔다.
셔틀버스는 예전의 순환버스가 아니었다. 작고 깔끔한 미니버스였고, 1공항은 옛날 건물 그대로였지만 주차장은 새로 짓고 있어 공사 중이었다.
시간이 남아 졸리비에 들어가 치킨과 물 한 병을 시켜 비행기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. 30여 년 전 가이드하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. 그땐 바쁘게 뛰어다니며 치킨 하나 다 먹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.
잠시 후, 아들이 도착했다. 아들은 내가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을 위해 기사 역할을 하겠다고, 빰빵가에서 새벽부터 스타리아를 몰고 마닐라로 와 주었다.
사실… 손녀의 딸기를 핑계로 아들을 보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.
손녀를 위해 딸기와 함께 한글공부 보드, 한글로 된 세계지도와 한국지도까지 바리바리 챙겨왔다.
그렇게 딸기를 들고 도착한 친구들을 호텔에 데려다주고, 나는 손자와 손녀와 함께 꿈같은 이틀을 보냈다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