전기가 없습니다. 맥북은 꺼졌고, 와이파이도 끊겼습니다. 세상은 어둡고, 조용하고, 이상할 만큼 멈춰 있습니다. 그런데 저는 지금, 이 더운 새벽 공기 속에서 아이폰 하나로 데이터를 켜고, AI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. 이상하게도, 그게 위안이 됩니다.
보라카이에 살다 보면 정전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.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하죠. 처음엔 답답합니다. 계획했던 일을 하려다 모든 게 멈춰버리니까요. 불도, 선풍기도, 화면도 꺼지고, 남는 건 정적뿐입니다.
그런데 놀라운 건,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도 아이폰 하나와 보조배터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는 겁니다. 정전 전에 미리 충전해둔 파워뱅크가 지금은 제 생명줄입니다. 아이폰을 연결하고, 데이터를 켜면, 세상이 다시 연결됩니다. 디지털 세상이라도 말이죠.
작은 것들이 주는 위로
예전엔 ‘생산성’이란 더 많은 걸 해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지금은,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‘무언가를 한다는 것’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느낍니다.
오늘 새벽, 저는 AI와 이야기했습니다. 정전에 대한 짜증,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대한 혼란… 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, **정보가 왔다 갔다 하는 것** 때문에 더 힘들었습니다.
그래도, 저는 글을 씁니다. 여전히 계속합니다. 그게 어쩌면 작은 승리일지도 모릅니다.
기억될 이야기
저는 보라카이 발라박에 살고 있습니다. 여기서 저는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— 사업도, 꿈도, 삶도요. 이번 정전이 그걸 멈추지는 못합니다. 오히려, 이건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될 겁니다. 언젠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죠. “다나루 스파는요, 정전 한 번 한 번 사이사이에 만들어졌어요.”
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사무실에 있든, 또 다른 섬에 있든,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. **회복력(resilience)**은 항상 크고 요란하게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. 어두운 방 안, 작은 화면 하나가 빛나고, 그 안에서 한 줄의 문장을 더 쓰는 그 마음 — 그게 바로 진짜 회복력입니다.
